강란숙 건양대학교 K-문화산업학과 학과장
◇유학생 유치, 그 너머의 질문
지방 소멸이 현실이 된 시대, 인구 감소의 대안으로 많은 지자체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지역 상권과 대학가에 활기가 도는 장면은 지방 도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물어야 한다. 이들은 졸업 후에도 과연 이 지역에 남을 수 있는가? 유학생 유치는 시작일 뿐, 진짜 과제는 유학생들의 지역 정착이다. 단지 숫자를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지역에 머물 이유를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학생이 머물지 못하는 도시의 구조
유학생이 학업에 적응하고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선택하려면 지역은 '교두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하철이 없는 도시에서 긴 배차 간격과 제한된 버스 노선은 이동을 제약하고, 그 불편은 곧 경험의 축소로 이어진다. 문화시설과 일자리가 있어도 접근이 어렵다면 체감되기 힘들다. 접근성이 낮고 전공과 연계된 실습, 취업의 기회가 부족하다면, 지역의 문화와 일자리는 체감되지 못한 채 유학생들의 진로와도 단절된다.
◇'이동, 콘텐츠, 일자리'의 통합 설계
이에 대한 해법은 '이동, 콘텐츠, 일자리'를 하나의 구조로 묶는 통합 설계에 있다. 편리한 이동 수단 위에 지역 자산을 스토리로 엮고, 그 과정에 청년과 유학생이 참여하도록 일자리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논산에는 '문화유산'과 '육군훈련소' 그리고 '딸기'라는 상징 자산이 있다. 이를 결합한 2층 딸기 관광버스를 운영해 유학생이 다국어 스토리텔러로 참여한다면 어떨까? 논산에는 매주 수많은 외지인들이 육군훈련소를 방문해 입대 장병들의 입대와 수료식에 참석한다. 이때 훈련소를 찾는 수많은 입영 장병 가족들이 이 버스를 이용해 도시의 다양한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여기에 유학생이 시간제 일자리로 공간 이야기 전달자로 참여하여 도시 홍보의 주체가 된다. 이는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이동 문제 개선과 청년과 유학생들의 고용, 관광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지역 자산이 일자리로 연결될 때, 외국인 유학생들의 지역 정주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 선택이 된다.
◇문화와 이동을 연결해 만든 도시의 변화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 영국의 'UK City of Culture' 프로젝트는 문화 기반 도시재생의 대표적 성공모델이다. 헐(Hull)은 지역 문화행사와 청년 참여를 연계해 지속 가능한 문화산업 체계를 구축했다. 브래드포드(Bradford) 역시 청년 창작자 인큐베이팅을 중심으로 지역 프로젝트를 확대하며 거주 도시 안에서 창작과 고용이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은 셰익스피어라는 문학 자산을 '홉온 홉오프(Hop on Hop off)' 라는 2층 관광버스와 연결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문학 콘텐츠로 확장했다.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은 이제 전 세계에 셰익스피어 도시로 알려져 있다. 캠브리지 대학교의 펀팅(Punting) 체험은 재학생들이 펀팅 코스의 이야기 전달자로 관광 안내자로 참여하는 시간제 일자리 모델을 통해 대학과 도시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지역 문화와 이동, 청년 일자리를 결합해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여 도시를 '살아 있는 콘텐츠'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유학생을 주인공으로 세우는 전략
이제 유학생을 '방문자'가 아닌 '주인공'으로 바라봐야 한다. 학업과 지역 활동이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보상과 성취를 경험하는 시간이 축적될 때 유학생은 지역의 인재로 성장한다. 유학생 유치는 경쟁이지만, 정착은 전략이다. 지역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숫자가 아니라, 머물고 싶어지는 이유다. 지역 거버넌스 차원에서 그 이유를 설계하는 일, 그것이 지방 소멸 시대에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이다. 강란숙 건양대학교 K-문화산업학과 학과장